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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명업체들의 일어버린 20년’
 
서울시민신문
1995년 3월 16일부터 18일까지 중국 광저우시에 있는 ‘중국출국(수출)상품교역회 전람관’에서는 ‘제1회 중국국제조명전시회’가 개최됐다. 마치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을 연상케 하는 1층 짜리 전시장에 1~2개 부스 규모로 참가한 업체라고는 96개에 불과한, 참으로 보잘 것이 없는 전시회였다.

당시 이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 홍콩, 심천을 거쳐 광저우까지 하루가 꼬박 걸린 고된 일정을 감내해야 했던 김중배 조명과 인테리어 발행인과 13명의 한국 조명업체 관계자로 구성된 전시회 참관단 일행은 기대했던 것보다 초라한 전시회를 보고 1~2시간 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 때 국내 조명업체들은 이미 ‘서울국제조명전시회’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6번이나 치른 상황이었다. 게다가 당시 ‘세계의 조명공장’이라는 대만의 '대만조명전시회'와 '밀라노국제조명전시회', '하노버국제조명전시회' 등 당시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조명전시회는 빠짐없이 둘러본 뒤였다.

그런 한국의 조명업체들의 눈에 조명기구의 디자인도 보잘것없고, 전시하는 제품도 몇 개 안 되는 중국 조명업체들의 부스가 눈에 들어올 리가 만무했다.

그래서였을까? 맥없이 발길을 돌리는 참관단 사이에서는 “세상에 이렇게 볼 것이 없는 조명전시회가 또 있느냐?”는 한탄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중국이 한국의 조명을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는 말도 잇따라 들렸다.

그로부터 꼭 20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참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별 볼일 없던 광저우조명전시회보다 몇 배는 훌륭했던 ‘서울국제조명전시회’는 광저우국제조명전시회가 생긴 지 4년 후인 1999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중국보다는 우리가 몇 배는 더 조명기구를 잘 만든다”던 한국의 조명업체들은 1999년 경부터 중산의 구젠으로부터 조명기구를 수입해 들여오기 시작하면서 내수시장을 스스로 중국 조명기구로 채우는 일에 열심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국내의 조명유리공장도 문을 닫고, 부품 공장들도 하나씩 문을 닫았다. 남은 것은 중국에서 조명기구를 수입해 와서 조명시장에 공급하는 ‘이름만 제조업체’들밖에는 없게 되었다.

반면에 초라하게 시작한 ‘광저우국제조명전시회’는 나날이 발전해서 전시회 개막 20주년이 되는 올해에는 전 세계 27개 국가에서 2,698개 업체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조명전시회로 성장했다. 이런 규모는 지금까지 부동의 ‘세계 최대의 조명전시회’라는 평가를 받아온 ‘프랑크푸르트국제조명전시회’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지금까지 전시회 앞에 ‘세계 최대의 조명전시회’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을 극구 사양해 왔던 ‘광저우국제조명전시회’는 올해 비로소 전시회 앞에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조명전시회’라는 슬로건을 확실하게 적어넣었다.

이처럼 지난 20년 동안 한국과 중국 조명업계와 조명전시회 사이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한마디로 한국과 중국의 조명산업의 위상이 180도 역전된 것이다.

그 사이에 중국은 ‘세계의 조명공장’인 동시에 ‘세계 최대의 조명 제품 수출국가’로 떠올랐다. 반면에 “조명기구는 우리가 중국보다 몇 배 잘 만든다”고 큰 소리를 쳤던 한국은 기껏 잘 개최하던 조명전시회도 스스로 없애버리고, 조명업체들은 중국산 중에서도 저가(低價)의 제품들만 골라서 수입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리고 중국 조명업체들로부터 “왜 한국 업체들은 중국에서도 품질이 좋지 않고 값이 싼 제품만 골라서 가져가느냐?”란 말을 듣는 입장이 되었다. 심지어 “싼 제품만 찾고, 수입하는 물량도 적은 한국 업체들과는 거래를 하고 싶지가 않다”는 말까지 듣는 것이 바로 요즘 한국 조명업체들이다.

지난 20년 동안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원인을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세계 조명시장을 놓고 벌였던 한판 승부에서 한국의 조명업체들이 중국의 조명업체들에게 졌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조명업체들에게 1995년 3월 16일 이후 오늘에 이르는 20년은 “잃어버린 20년, 패배한 20년”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정직하게 말해보자. 지난 20년 동안 한국 조명업체들이 과연 중국 조명업체들과 세계 조명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기나 했을까? 그저 싼값에 중국산 조명기구를 수입해 와서 팔면서 차액을 챙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장사에 정신이 팔려서 국내 조명시장이 중국산 제품으로 도배가 되는 것조차 몰랐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돈 버는 재미에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부러 눈을 감았던 것은 아닐까? 그러는 사이에 한국 조명업체들은 ‘중국’없이는 한시도 살 수가 없는 존재가 돼버린 것은 아닐까?

20주년을 맞이한 ‘광저우국제조명전시회’는 대한민국 조명산업과 조명업계, 조명업체, 그리고 정부와 공무원들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기사입력: 2015/06/19 [12:41]  최종편집: ⓒ 서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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