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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명, 발전 이끌 ‘싱크탱크’가 없다
“국가적 장기적 차원의 발전전략 수립할 전문가 그룹 구축 절실”
 
서울시민신문
 
 
지금 한국 조명에게 필요한 것은 확고한 육성 및 발전전략이다. 이런 전략을 만들기 위해서는 통찰력있는 인물들로 구성된 '싱크탱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 2월에 개최된 '2012 경향하우징페어'에 참가한 조명부스.(사진=취재부 김해경 기자)     © 한국조명신문

 
 
한국 조명이 위기이다. 조명산업은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중국산 제품 수입에 시장을 잠식 당한데다가 몇 년째 계속되는 주택경기 침체와 새롭게 등장한 LED조명에 밀려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이다. 게다가 조명이 국민의 안전과 건강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위한 조명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한 마스터플랜 같은 방안은 찾아볼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조타수 없이 바람 부는 대로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일엽편주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서 한국 조명을 건질 전략이나 전술은 어디서고 보이지 않는다. 아예 이런 전략과 전술을 세우고 실행할 두뇌집단이 없는 까닭이다.
 
 
현재의 위기 타개할 큰 전략과 전술의 부재가 문제
조명에 대한 통찰력 지닌 인재 모인 ‘두뇌집단’필요
특정집단의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는 독립성 갖춰야 


1887년 3월 6일 경복궁 후원에 자리 잡은 건청궁 뜰 앞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백열전구가 점등되었다. 이 땅에 전기조명의 역사가 처음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꼭 125년이 흘렀다. 그 125년 동안 우리나라 조명은 시대와 시대를 거치면서 발전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125년이란 장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조명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 속에 놓여 있다. 안으로는 몇 년 째 계속되는 경기 침체, 조명 최대 시장인 건설경기의 하락, 소비자와 생산자를 이어주는 유통부문의 부진, 조명의 일부분인 LED조명 쪽으로만 쏠리는 정부의 정책과 지원, 매출 부진으로 한계상황에 몰리는 제조업체들의 현실, 성장을 이끌어 줄 모티브의 부재 등 갖가지 악재들이 산적해 있다.

나라 밖의 사정도 좋은 편이 아니다. 조명 분야 최대의 소비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은 전통조명에 이어 LED조명까지 장악하려는 전략에 따라 LED조명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계 조명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반면에 세계 각국의 조명업체들이 기대했던 LED조명 시장은 아직도 열리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높은 가격 때문에 LED조명의 수요가 저조한 실정인 까닭이다.

이런 국내외적인 상황은 우리나라 조명이 과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여 나가야 생존과 발전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조명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한국 조명의 생존과 발전, 그리고 선진화를 이룩하는 토대가 되어줄 즉각적이고 현실적이며 성공 가능성이 높은 목표와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런 목표와 계획, 그리고 실천방안은 곧바로 ‘한국 조명 생존과 발전을 위한 기본전략’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런 전략이 있어야 한국 조명이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이며, 어떤 성과를 언제까지 달성할 것인가 하는 프레임이 짜여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에 이런 커다란 전략이 있는가 하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물론 2006년도에 정부가‘조명산업 발전전략’과 이를 바탕으로 한 ‘LED조명 육성방안’을 내놓기는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정권이 교체되고 사람이 바뀌면서 ‘조명산업 발전전략’은 새 정부가 내놓은 ‘10대 신성장동력산업 육성계획’으로 흡수되었고, 그 과정에서 LED조명이 10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되면서 LED조명 일변도의 정책과 사업이 지금까지 추진돼 왔다.

그러나 이런 ‘신성장동력산업 육성계획’은 말 그대로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자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즉, 조명이란 큰 시각이 아니라 LED조명이란 국지적인 시각에서 모든 문제를 바라보고 풀어나가려 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다보면 한국의 조명 산업과 문화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냐 하는 보다 근본적인 목표와 계획보다는 LED조명을 어떻게 육성하고 보급할 것이냐 하는 쪽에 더 많은 방점이 찍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LED조명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이러한 우려가 결코 기우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LED조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기존조명과 LED조명의 공존과 공생이 아니라, 기존조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 감소, 그리고 LED조명 일변도의 정부 예산 투입으로 나타났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기존조명과 LED조명 간에 정책과 예산 투입의 차별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 결과 기존조명은 시간이 갈수록 침체되고, LED조명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정부의 예산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LED조명을 육성하려다가 기존의 조명을 약화시키는 일이 발생하게 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올바른 조명 육성 전략이나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전술로서의 실행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해서 조금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올바른 전략이란 우리나라 조명의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모두 아우르는 전략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조명이 생존하고 발전하고 국민과 세계 인류의 행복과 번영에 기여하는 전략인 동시에,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조명 선진국으로 이끄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이 있으면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정권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우리나라 조명은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발전해 나갈 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목표를 이룰 수가 있다.
문제는 이런 커다란 전략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조명 전체를 꿰뚫는 눈, 문제점을 짚어내는 통찰력,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는 비전, 그리고 목표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방향과 목표를 수정하고 이를 실천해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나 조직이 있을 때라야만 비로소 이런 전략을 만들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일을 감당할 만한 사람이나 조직은 누구일까?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부기관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정부기관이다. 현재 정부의 조직편제 상 산업 정책과 집행을 담당하는 것은 지식경제부이다. 지식경제부 안에서 조명산업을 관장하는 부서의 지휘라인은 장관-제1차관-성장동력실(실장)-정보통신산업정책관(국장)-전자산업과(과장)-LED, 광산업, 조명산업 담당자(사무관)으로 이어진다. 이런 지휘계통을 바탕으로 볼 때 조명산업에 대한 실무책임자가 바로 LED, 광산업, 조명산업을 담당하는 사무관이라고 할 수가 있다. 현재 전자산업과에서 LED, 광산업, 조명산업을 담당하는 인력은 담당 사무관 1명이다. 결과적으로 1명의 사무관이 LED, 광산업, 조명산업 등 3개 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인원 배치는 정부의 조직법 내지 지식경제부 조직편성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부기관 외에서 “적합하다, 아니다”라고 논평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1명의 담당자가 3개의 산업을 관장하고 있는 현실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볼 때 아무래도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이런 인력 부족의 문제는 앞으로 정부기관에서 풀어가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교체가 잦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내에서 정책결정 및 집행의 실무선 상에 있는 것은 담당 사무관-담당 과장-담당 정책관으로 이어지는 실무라인이다. 그런데 이 실무라인의 교체가 자주 이뤄진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담당 사무관의 경우 2~3년의 주기로 교체되는 게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담당 과장의 경우는 1년 정도 근무하고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느 산업을 막론하고 한 개의 산업에 대해서 전후 사정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는 적어도 2~3년은 걸린다는 것이 대관(對官) 업무를 맡아본 경험이 있는 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정부기관의 담당 공무원들은 부임해서 어느 정도 알 때가 되면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기는 셈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런 식의 인사는 비단 지식경제부 전자산업과 LED, 광산업, 조명산업 담당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중앙부처의 대부분의 공무원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일반직 공무원 기본 인사원칙이 ‘순환보직’인 까닭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담당 공무원이 심도 있고 장기적인 산업 정책을 수립하기란 쉽지가 않다. 한 개의 산업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알 정도가 되면 또 다른 부서로 이동해 새로운 산업을 익히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인 까닭이다. 심지어는 자기가 담당한 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이나 사업계획을 세웠는데 인사이동을 하게 돼 애써 마련한 정책안이나 시업계획안이 사장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조명업계 일각에서는 “정부 중앙부처의 공무원이 폭넓고 전문성 높은 조명산업 정책을 수립해 주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지나친 기대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표성이 낮은 조명단체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산업별 단체이다. 예를 들면 일부 산업별 단체에서는 정부 부처에 해당 산업의 육성과 발전, 지원에 필요한 법률안이나 정책, 사업계획 등을 꾸준하게 전달함으로써 업계 현실에 맞는 정책 수립과 집행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에서는 무슨무슨 협회와 같은 산업별 단체에서 오래도록 근무한 직원이 대관(對官) 업무를 담당하면서 관료(官僚 : 공무원) 못지않은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대관 업무 담당자를 일본에서는 ‘민료’(民僚 : 민간 관료)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전문성을 갖고 정부의 정책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조명 관련 단체 가운데서 이런 수준의 대관 업무를 펼치는 단체를 찾아보기는 쉽지가 않은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것은 관련 단체들의 규모나 인력 규모 내지 대관 업무를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예산 등이 매우 미약하기 때문이다. 당장 단체 내부의 일을 처리하기에도 빠듯한 인력 정도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 국내 조명 관련 단체 대부분의 현실이라고 해서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법률과 정책, 국가 단위의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전문 팀이나 고급 인력을 운영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이 조명 관련 단체들의 ‘대표성’ 문제이다. 현재 조명업계 내에는 사단법인으로 등록을 한 조합과 협회 등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조명공업협동조합, 한국전등기구공업협동조합(최근 한국전등기구LED조명협동조합으로 개명), 한국조명기구제조협회, 한국조명유통협회 등이다. 이밖에도 한국LED조명공업협동조합, 한국조명디자이너협회 등 다양한 단체가 세워져 있다. 이런 식으로 설립된 크고 작은 단체들을 모두 합하면 금세 10개를 넘어 20개에 육박할 정도이다.

이렇게 많은 단체가 조명이란 하나의 산업 내에 몰려 있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양한 단체가 1개 업종에 몰려 있다보니 정작 ‘조명산업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라는 대표성을 획득하기가 여려운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어느 단체와 이야기를 해야 대표성 있는 단체와 이야기를 했다고 할 수 있느냐”하는 말이 조명업계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대표성 있는 단체의 부재는 한국 조명 전체를 아우르는 국가 정책의 수립에도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어느 단체가 조명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안이나 사업안을 내놓으면 곧바로 “그것은 어느 특정한 업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다”라거나 “특정 단체의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대표성이 없다”는 이야기기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대표성을 지닌 단체가 없는 현실이 통합된 발전전략이 나오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정책 개발 기능이 미약한 조명연구원
우리나라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 가운데 하나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에는 한국경제연구원이란 연구기관이 있다. 이 연구기관이 담당하는 일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을 비롯해 국내 기업들로 구성된 경제계의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이다. 각종 경제정책과 제도의 입안과 제시 또한 한국경제연구원이 담당하는 업무의 일부이다.

한국경제연구원과 같이 경제계나 특정 산업계에 관한 내용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은 많다. 예를 들어 건설 업종에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란 곳이 있다. 이런 연구기관에서는 기술적인 문제도 연구하지만 건설정책에 관한 사항도 연구한다. 이렇게 제시된 정책은 국회나 정부에 전달되어 건설 관련 법률이나 정책,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민간부문의 산업별 연구기관은 국가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의 제도를 마련하고 정책을 입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주목할 수 있는 곳이 한국조명연구원이다. 한국조명연구원은 현재로서는 국내 유일의 조명 연구기관이라고 할 수가 있다. 즉, 앞에서 예로 든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같은 역할을 할만한 입장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조명연구원이 우리나라 조명산업 전체를 관통하는 정책을 수립해서 정부나 관계 요로에 전달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이 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한국조명연구원의 탄생과정과도 일정 부분 연관이 있다.     

한국조명연구원은 한국전등기구공업협동조합 회원사와 구(舊) 산업자원부가 출연한 돈으로 설립된 한국조명기술연구소를 모태로 삼고 있다. 즉, 한국전등기구공업협동조합의 일부 회원사들이 ‘공동으로’조명기술을 개발할 연구기관을 설립하기 위해 출연한 기금에 정부기관인 당시 산업자원부의 출연금을 보태 만든 것이 바로 한국조명기술연구소였다. 이 연구소는 말 그대로 조명에 관한 기술을 개발해서 조명 업체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기관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소 설립 초기에는 연구시설 확충과 연구원 확보 등에 주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연구소에 대한 자금 지원이 미비했던 탓에 어느 정도 인프라가 구축된 뒤에는 정부과제를 받아 수행하는 등, 연구소의 유지를 위해 상당부분 인력과 노력을 투입할 수밖에는 없었다. 또한 LED조명이 등장하고 LED조명 인증 취득을 위한 시험업무가 폭주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인증 시험 업무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조명연구소는 중소기업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조명 기술의 연구 개발 및 업체 제공이란 애초의 설립 목적과 관련 업체들의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조명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평이다.

물론 한국조명연구원도 조명 기술의 연구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정책 개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의 이름을 한국조명기술연구소에서 한국조명연구원으로 변경한 것도 나름대로 복안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한국조명기술연구소란 기술 연구기관으로 출범했고, 조직과 인원 구성이 기술적인 면에 치우쳐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조명 기술의 연구와 정책 연구 및 개발은 서로 전문 분야가 다른 것이라고 해서 지나친 말은 아니다. 만일 한국조명연구원이 조명 정책의 연구 및 수립이란 기능을 담당하려면 이에 걸맞는 편제와 인력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전문 연구 인력의 다년간의 학습과 조사, 연구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이후에 비로소 한국 조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즉, 한국조명연구소가 향후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국가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의 조명 정책을 생산할 수는 있을 것이지만, 그것은 오랜 기간에 걸친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진 이후에 가능한 일이라고 해서 지나친 말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실현 가능한 대안은?
그렇다면 한국 조명은 앞으로도 장기적인 정책 하나 마련하지 못한 채, 지금과 같이 표류해야만 할 것인가? 지금 당장 조명의 생존과 발전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한국 조명의 미래가 없다는 말과도 같다. 따라서 지금 한국 조명 전체에 주어진 과제는 먼저 장기적이고 올바른 조명 생존 및 발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두뇌집단을 조직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두뇌집단이 정부나 단체, 또는 일부 기업의 이해득실에 얽매이지 않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우리나라 조명산업 및 조명문화를 모두 육성,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꾸준하게 발굴하고 제시하고, 법률과 정책으로 제도화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두뇌집단은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단체, 기업 등  특정한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으로, 독립된 시각과 자세로 한국 조명산업의 미래와 국민을 위한 조명 서비스 제공 수준 향상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방안을 제시할 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조명산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집단으로부터 최대한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가 있을 것인 까닭이다. 아울러 조명산업 전체를 대표한다는 대표성을 획득할 수가 있다. 또 특정한 산업계의 이익이 아니라 조명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을 바라보고 나간다는 공공성과 공익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들을 종합해 볼 때, 한국 조명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두뇌집단, 즉 싱크탱크는 순수한 민간 차원의 연구기관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것이 가장 합목적적(合目的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민간 연구기관의 모델케이스로는 미국의 헤리티지연구소, 미국기업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 후버연구소 등을 들 수가 있다. 

목적지와 방향을 모르고 나아가는 것은 곧 길을 헤매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조명업게나 조명문화계가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또 조명 내외적으로, 다양하고 수많은 도전을 받으면서도 뚜렷하고 확고한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했던 것도 그 원인을 따지고 보면 정부-기업-단체-국민으로 이어지는 컨센서스를 이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가 있다. 기존 조명과 LED조명 간에 내재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의식,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존재하는 갈등의식 역시 그 근원을 따져나가면 우리나라 조명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겠다는 의견의 일치가 이뤄지지 않아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 조명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고, 그 방법은 또 무엇이냐 하는 전략은 하루빨리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곧 한국 조명의 생존전략인 동시에 발전전략이다. 이런 전략을 찾아내고 만들어낼 주체로서 ‘싱크탱크’가 지금 한국 조명에는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김중배 大記者  ceo@koreanlighting.com  
        
         
  
 

기사입력: 2012/03/19 [12:35]  최종편집: ⓒ 서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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